발리를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직항도 있고 경유하는 항공권도 있는데 많이들 선택하는 게 홍콩을 경유하는 캐세이퍼시픽 항공이다.
나도 한참을 알아보다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홍콩을 한번 구경하고 싶어 이 방법을 선택했다. 시간대나 날짜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직항에 비해 20만 원 이상 저렴한 듯하다. 20만 원이면 이왕 가는 거 홍콩에서 레이오버하며 여행도 하고 숙박비와 식비를 퉁치고도 남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오후 5시에 홍콩에 도착해 다음날 오전 10시 비행기로 발리로 떠나는 17시간 레이오버 일정이다.
캐세이퍼시픽은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영국계 항공사라고 하는데 지연이나 항공편 연결 관련된 악평도 많긴 하지만 저가항공에는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좌석, 기내식, 디스플레이가 달려있어 제공되는 엔터테인먼트나 영화를 보며 편히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오후 5시쯤 홍콩공항에 도착하니 구룡성채 세트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다. 예전모습을 재현해 놓은 듯하다. 구룡성채는 옛날 홍콩영화에서도 많이 나오는데 인구도 건물도 밀집되어 미로와 같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슬럼가였다. 나도 예전 홍콩영화에서 언뜻 본 기억이 난다.
홍콩의 교통카드인 옥토퍼스 카드를 인터넷으로 미리 구매를 해서 공항 수령처에서 수령하고 공항전철을 탔다.
구룡역 도착. 구룡역은 아까 보았던 구룡성채가 존재했던 지역인데 이곳에 내린 이유는 레이오버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저녁에 주변 구경을 하고 잠만 자기 위해 홍콩에서 저렴하기로 유명한 청킹맨션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이다. 홍콩은 생각보다 물가가 많이 비싸다. 그래서 숙소도 좀 괜찮다 싶으면 기본 1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홍콩은 영국령 시절이 있어서 런던버스와 매우 비슷한 2층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거리는 매우 화려해 보였고, 침사추이 쪽으로 나갈수록 관광지 분위기가 났다. 그러다가 청킹맨션 앞까지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한 청킹맨션 주상복합 건물인데 처음 건축되었을때는 중국 부호들과 영국계 백인들이 살던 주상복합 고급 맨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홍콩 경제가 나빠지자 살고 있던 부호나 외국인들은 이민이나 본국으로 돌아가며 빈집이 늘어나고, 대표적인 슬럼지역으로 슬럼화가 진행되며 상점, 식당등 불법개조가 일어났고 불법체류자가 넘쳐나는 홍콩의 흉물이었다고 한다. 최근에 리모델링도 하고, 관리사무소가 들어서고 경비원도 상주시키며 관리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관리를 하는 듯하다. 안에 들어가면 1층과 2층은 옛날 남대문시장 같은 작은 가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환전소, 인도인 및 파키스탄인들이 많은 듯하고 전자제품, 음식 등을 파는 곳이 많다.
3층부터 숙소가 시작되는데 높은 층수에 비해 엘리베이터는 매우 비좁았다. 특이한 점은 CCTV를 통해 기다리면서 엘리베이터 내부를 볼 수도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숙소 카운터를 보는 분이 맞아 주는데 인도계열 분인 듯했다. 숙박내역은 수기로 관리하는 것 같았고, 친절하게 방으로 안내해 준다.
내가 묵을 306호 인증된 게스트하우스라고 크게 붙여두었다. 그나마 안심이 된다.
숙소 내부의 모습은 고시원 같이 싱글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갈 크기에 갖출건 다 갖추고 있었다. 수건과 솜침대 탁자, 에어컨 화장실 등
화장실도 매우 협소했지만 온수도 잘 나오고 물도 깨끗했던 것 같다.
처음엔 청킹맨션 숙소들에 온갖 악평들을 검색해 본지라 그렇게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역시 협소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잠만 자고 가기에는 충분했고, 조용하고 위생도 엄청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숙소를 좀 살펴보고 조사를 해보다가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밖을 나와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구경하는 김에 건물도 구경해 보고 싶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대신 계단을 이용했는데 공용공간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이 어떤 건지 잘 알게 되었다.
계단 내려가는 중간에 보였던 전선 배선은 이게 지금도 사용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얽혀있고 페인트도 벗겨져 있는 모습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청킹맨션을 조금 탐험하다 밖에 나오니 또 화려함이 눈을 채웠다.
이런 게 홍콩의 매력인가..라고 생각하며 저녁 먹을 곳을 찾았다.
2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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